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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2021/소중한 일상 이야기

나를 마주보는 시간 - 미움이 사랑으로

by 오썅마이웨이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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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몸서리 칠 만큼 울었던 날이 기억난다. 

울지 말라고 아빠가 효자손을 들고 나를 다그치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렇게 나를 그만 울라고 큰소리 치셨고

울지 않기 위해 꺼이 꺼이 소리를 내고 

더 울어야 했는데 못울고 그렇게 우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고 

계속 눈물을 참아야 하는 걸로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울어야 할 일이 있으면 소리 죽여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말못할 고민이 있으면 혼자서 자기 전에 베게를 적시며 울기를 선택했다. 

걱정거리가 생겨도 누군가와 그 고민을 말하고 해결할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고 

늘 혼자 끙끙 앓다가 감정을 해소할 기회를 놓쳐버리기 일쑤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줄 알고 

모든 감정들을 내 마음속에 꽁꽁 담아두었다. 

 

나 나름대로의 마음공부를 단디 해왔다고 생각하고 난 이후로 

계속 되는 불안한 감정과 부정적 감정들을 늘 부정해오면서 알게 되었다. 

이제 꽁꽁 담아두었던 그 감정들을 열어서 봐줘야 할 때라는 것을 말이다. 

과거는 잊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의 담아놓은 감정들은 잊히지 않아서 봐줘야 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오늘 제일 먼저 열어본 것은 아빠에 대한 감정이였다. 

나의 결혼을 반대했던 아버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주르륵 써내려가보았다. 

왜 내가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었는지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계속 찾았다. 

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화내는 아버지가 미웠다. 

여자라는 이유로 딸들을 하대하는 아버지의 행동이 미웠다. 

남자라는 이유로 집안일을 온통 엄마에게 떠넘기는 아버지가 미웠다. 

 

미워하는 그 감정 원망하는 그 감정을 오롯이 그대로 느껴주었다.

그리고 밉다고 외쳤다. 정말 미워죽겠네. 정말 니ㅏㅓ디ㅕ미ㅓ 드ㅓ맃ㅇ넌

이러고 글을 끝냈다.  

 

그러고 나서 내 할일들을 했다. 

책도 읽고 아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평상시와 똑같은 패턴으로 하다가 

시동생과 산책을 갔다.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족이야기가 나왔고 

남편 이야기가 나오고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의식적으로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 살아오셨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미워하는 감정을 배제한 아버지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미움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내 미움의 근원은 아버지가 여성 차별을 하는 아버지의 행동이 참으로 마음에 안들었고 

그것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바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이 아닌 판단하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움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런 부분들만 기억했다. 

 

아버지는 분명 우리 가족을 사랑하셨다. 

내 마음이 미움으로 아버지를 바라보기를 선택해서 

아버지를 판단하고 기억했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장점을 찾을 생각은 1도 해본적이 없었고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방향의 사랑을 베풀어주지 않는다고

땡깡 부리고 엇나갔던 내가 보인다. 

 

아버지는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을 한가득 사오곤 하셨고

경제적 여건이 어느정도 안정 되었을 때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추진 하시고 가족들과의 화합을 도모하셨다. 

 

제주도 여행 때에는

지난 시간에 과오에 대해 사과하시며 

나에게 손을 내밀며 사과하셨던게 이제야 기억이 났다. 

 

아버지는 내가 29살 사이버 대학을 졸업하던 때에 

멀리 시골 남원에서 서울까지 오셔서 나를 축하해 주셨다.  

 

아버지가 내게 베풀었던 많은 사랑들을 미워하는 감정들 때문에 기억하지 못했다. 

 

 

매번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말도 안되는 훈육들, 밥먹을 때 혼냈던 일들  

학교 성적이 올라 잔뜩 좋아하는 내게 1등 안했다고 이야기 해서 내 기분을 망친 일들만 기억할 뿐이였다. 

 

오늘 부정적 감정을 인정해주자 아버지에 대한 미운 감정이 사라지고

아버지가 내게 주셨던 사랑이 보이기 시작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어 이곳에 글을 남겨본다. 

 

지난 주에 서핑을 하면서 엄청 울었는데 

그것도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 때문에 울었었다. 

그 때는 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냥 울기만 했었다. 

바다속에서 혼자 울고 나자 조금 진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미웠고 만나러 한국가야지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진저리 나게 싫고 공포스러웠었다.  

 

하지만 오늘 나의 미움의 뿌리를 찾고 나자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하고 그 긴 세월 어떻게 살아왔는지 묻고 싶다. 

 

 

미움도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왜 내게 자리했고 나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인지 알 것 같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아버지와의 화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나에게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신호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아버지 용서해주세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지금은 멀리에 있지만 나를 언제나 사랑으로 걱정하고 염려해주신 아버지가 이제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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