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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2021/서핑

서핑 일기 - 큰파도 두려움과의 정면 대결

by 오썅마이웨이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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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오늘 큰 파도를 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있는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혼자서 파도를 잡기 시작한지 한달이 흘렀고 어느 정도 체력이 갖춰진 상태이고 어제 갑자기 파도가 커졌다. 어제의 파도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파도가 왔고 오늘 아침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파도가 왔다. 바다로 입수하기 전 원래 타던 위치에서 작은 파도를 타려고 들어가려고 하니 그 위치는 서핑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였다. 오늘은 더이상 큰 파도를 피할 어떤 핑계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거기다가 남편까지 와서 큰 파도에서 서핑하자고 하니 정말 그냥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졌다. 

 

 

예전 같았다면 그냥 도망 갔을 텐데 이제는 안다. 내가 원했던 일이고 하고 싶었던 일이니 무섭더라도 도망치지 말고 정면 대결 해야 할 시간이 왔음을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하지 않고 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나를 휘감았고 큰 파도를 타는 구간으로 가면서 계속 온몸으로 그 상황을 거부 했다. 온몸이 떨리고 숨은 안쉬어지고 최악의 상황들이 계속 머리 위로 튀어올라와서 내 몸을 못움직이게 만들고 이성이 마비 되었다. 귀신을 보면 너무 무서워서 못움직인다고 하나? 딱 그 상황이였다. 남편이 그런 나를 나무라듯 아무것도 아니야~ 별거 아니야 라고 계속 속삭였고 나 또한 이 두려움을 오늘은 떨쳐 내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쉼호흡도 하고 도망가는 생각대신 빨리 파도를 타고 이 순간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번째 파도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지 몸이 잘 안움직여졌고 두번째 파도에선 남편이 밀어주면서 이 파도 뒤에 큰 파도 오니까 지금 파도 꼭 잡아야 한다고 협박해서 아! 이제 정말 이거 아님 안되는 구나 라고 생각하고 보드위로 튀어올라 파도를 탔다. 작은 파도와는 전혀 다른 스피드에 놀랬고 내 앞으로 펼쳐지는 파도의 크기 또한 달라서 신기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내 머리 위로 깨어질듯 말듯한 파도를 보고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보드 스피드를 조절하고 파도에 몸을 맡긴 나를 발견한 순간 와! 하고 두려웠던 마음이 가시면서 나도 할 수 있군! 이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 뒤로도 계속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지만 돌이켜보니 과거 나는 이미 큰 파도를 많이 탄 적도 있었고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 물속에 처박히기 )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속에 처박히는 상황( 통돌이 )이 있긴 했는데 내가 생각한 만큼 심각하게 못견딜 수 없을 만큼도 아니였고 내가 다 상황을 판단하고 빠져 나올 수 있는 상황들이였다. 파도를 타고 나니 몰려오는 깨진 파도들 때문에 다시 파도 타러 가기 힘들었는데 다른 친구가 뒤에서 밀어주며 도와줘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안전하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 파도를 기다리면서 다른 친구가 너 무섭구나~ 라는 말을 했고 아! 나 무서워 라고 이야기 하려다 말고 어제 말을 바꿔보기로 한게 생각 나서 아니!! 이거 별거 아니야 !! 라고 답했다. 그리고 계속 나 자신한테 이 파도 별거 아니네. 파도가 생각보다 작은 것 같아! 라고 이야기 하고 나니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그 뒤로는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다음에 오는 파도를 또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별거 아니네! 라는 말을 사실로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강해졌고 남편에게 파도를 달라고 졸라서 여러번 더 탔고 큰 파도를 타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오늘 서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보드 바꿀 때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내 실력이 이제 업그레이드 되었군 이라고 해석했다. 큰 파도에서 아직 혼자 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오늘 시도하고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역사적인 날이였다. 두려움을 떨쳐낸 오늘 그 기억을 이곳에 기록하게 되서 더 기쁘다. 

 

 

별 거 아닌 큰 파도 ! 이제 더 즐겨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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